나의 이야기

수술 후에

Grace Woo 2015. 12. 28. 07:55

CT 촬영 결과가 폐에 큰 혹이 있다고 암 일 수 있다고..

나 같은 경우 폐암일 확률은 적지만 만일 폐암이라면

6개월 후에는 전혀 손을 쓸 수 없게 되므로

빠른 수술을 권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수술 중에 혹을 떼어내서 조직검사를 하는 동안

오픈된 상태에서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암이면 한 쪽 폐를 완전히 드러내야 하는 수술이었다.

 

2013년 8월 19일, 폐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셨는데..

폐암이 아니라서 정말 감사했다.

 

수술 후 첫째날,

문병오신 분들을 반갑게 만나뵈었고

올케가 사온 전복죽도 맛있게 먹었다.

 

둘쨋날,

의사가 와서 보고는 상태가 매우 좋다고 퇴원해도 되겠다고 했다

포도당 주사, 진통제, 등 주렁주렁 매달렸던 줄들을 다 뽑고

수술하기 전에 등에 붙였던 마취 패치도 제거했다.

 

아--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되는데...

진통제가 너무 독했는지.. 위통이 시작되는데..

물을 반모금만 삼켜도 위속에 있는 액체들이 다 올라와서 토했다.

다른 진통제로 바꾸어 먹어도 마찬가지였다.

먹지도 못하고 토하기만 해서 포도당 주사를 다시 꽂았다.

 

셋째날,

아침에 찍은 X-ray 결과, 폐렴에 감염되서 퇴원하지 못한다고 했다.

어제 찍은 X-ray 결과는 아주 좋았다는데..

어제 촬영 후 복도에서 간호사를 오래 기다리는 동안에

에어콘 바람이 너무 차서 많이 떨었는데 그 때문인 것 같다.

폐렴이야 어찌됐든 위통 때문에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넷째날,

매달 $950씩 지불해왔던 의료보험이 비싸다고 취소하고 보험이 없는 상태다.

수술비를 제하고도 입원비와 검사비 등 하루에 $5,000씩은 나올거라는데..

긴장해 있는 남편의 눈치를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괜찮다고 우겨서 억지로 퇴원을 했다.

 

집에 왔는데.. 갈수록 위통은 참기 어려웠다.

수술 부위의 진통이 위통보다 더할까 싶어서

진통제를 끊기로 마음먹고 약을 밀어놓았는데,

위통이 사라져서 살 것 같다 했더니만

이번엔 기침때문에 오는 통증이 여간 아니었다.

기침을 할 때마다 수술한 쪽 가슴이 컹컹 울리면서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렇게 한달 반 동안을 엄청나게 고생했다.

폐가 몸살을 앓고 있으니 없던 암도 생기겠다 싶었다

앞으로 수술은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을 걸....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문제들마다 기적처럼 은혜를 베풀어 주시던 하나님께서

귀를 막고 외면하시는 것 같아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절망스러웠다.

 

밤마다 통증이 심해서 잠을 깨고, 꼬박 새우기도 많이 했다.

그때마다 내가 할 수있는건 기도 뿐이었다.

 

어느날 밤, 주님께서 물으시는 것 같았다.

 

'너 이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니?'

 

회개하고 또 회개했다.

눈물적시며 감사했고 위로와 평안을 느꼈다.

그런데, 통증이 다시 찾아오니 은혜는 사라지고 기도도 할 수 없었다.

하나님을 찾을 힘조차 없어졌다.

 

'고난을 당함은 상황에 묶여서 자유함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믿음 없음을 비난하며 자기의 믿음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나와보라.

 

그게 나였다. 내가 그랬었다.

겪어보지도 못한 일들에, 나는 안 그럴 것처럼,

위로의 말을 한답시고 훈계를 했던 것이다.

 

한달 반쯤이 지나서야 통증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계속되는 잔기침은 그칠 줄을 몰랐다.

종일 기침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깨닫고 생각을 거스려

하나님만 바라보기 위해서 엄청 노력을 해야 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마태복음 11:2)

 

'예수님을 위해서 죽을 수 없다면 진짜가 아니다.'는

목사님의 설교말씀이 생각나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자의 밥이 되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순간까지

하나님께 찬양을 드렸던 초대교회의 순교자들의 모습을

나는 죽어도 따라하지 못한다.

 

주님,

부족한 저를 받아주소서.

제모습 이대로 나아갑니다.

자비와 긍휼을 베풀어 주소서.

 

2013년 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