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째 기침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다.
항생제가 떨어지니 열이 다시 오르고
기침은 사라질 기미도 안보인다.
CT 촬영을 하라고 하는데.. 큰 병이라도 난걸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가 정초에 꾼 꿈이 생각났다.
--------------------------------
꿈속에서 나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영화관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그 방은 '죽음의 대기실' 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죽을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는데,
그곳에는 절망과 포기,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몸이 너무 아파왔다.
이제 나도 곧 가게 되는가 보다.
올 것이 좀 일찍 온 것 뿐인데..
그런데.. 몹시 아쉬웠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는데,
몸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서 나는
살그머니 일어나 그 방을 빠져나왔다.
문 밖을 나와 보니 전혀 딴 세상이었다.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사람들은 왁자지껄,
모두가 저마다 바쁘고 정신없었다.
저만치에 앉아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반가워서 갔더니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무릎에 쳐박고 앉은 모습이
아내의 죽음을 앞두고 절망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그런 그에게는 내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섭섭함이 찾아들면서 또다시 몸이 아파왔다.
옆에 마사지 의자가 있어서 거기에 앉아
등을 마사지해주니까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 살 것 같다.' 하는데, 나를 실은 의자가 갑자기
쭈욱- 미끄러지면서 어딘가로 하염없이 굴러갔다.
문을 열어제치고 들어간 곳은 또다시 그 방,
'죽음의 대기실'이다.
바깥 세상과는 전혀 다른,
어둠과 침묵만이 흐르는 곳....
몸이 또 아파왔다.
조금 있으려니까 안내하는 분이
내게로 다가와서 조심스레 말했다.
'이 방에서 다시는 나가지 마세요.' 하고...
-----------------------------------
너무나 생생하고 기분나쁜 꿈이다
그런데.. 굉장한 교훈이 있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죽음의 대기실!
그런데 사실은 휘황찬란해 보이는 문 밖에도
죽음의 대기실은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인간은 누구나 예외없이 모두다 죽는데..
마냥 살 것처럼 요란법석....
휘황찬란한 것들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인생은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 길..
허황된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
이 세상은 죽음의 대기실이다.
우리를 속이는 것들에게 넘어가지 말자
잠시잠깐의 나그네 길을
천국을 소망하며 천국을 준비하는 삶을 살자고
굳게 다짐해 본다.
2013년 6월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 요한일서 2: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