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이야기

나는 빚진 자였다

Grace Woo 2021. 1. 17. 04:09

 

카톡으로 받은 동영상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양모가 기저귀를 갈아끼우면서 아기를 마구 때리고 누르고

옷을 갈아 입히다가 옷이 아기의 목에 걸리니까

그대로 들어올려 사정없이 흔들어 대더니

목이 졸려 제대로 울지도 못하는 아기를 내팽겨쳤다.

 

오늘, 인터넷으로 정인이 사건을 검색해 보다가

어제 본 영상 속의 아기는 정인이가 아님을 확인했다.

그런데, 정인이의 사건을 낱낱이 접하면서

충격받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8개월에 입양되어 16개월이 되기까지 양모에게

수없이 학대를 받아온 정인이는 끝내 숨졌다.

장기가 파손되고 뼈가 여기저기 골절되고 췌장이 절단되었다고 한다.

 

팔 다리, 발 등 온통 멍이 들고 성한 곳이 없다.

www.kookminnews.com/31650

www.insight.co.kr/news/319185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짓을....

 

죽기 하루 전날, 어린이집에서는 정인이가

울지도 않고 무덤덤해서 심각함을 몰랐다고 한다.

뱃속에 피가 가득 고여 있어서 고통을 참기 힘들었을텐데

울면 고통이 더욱 심해져서 울지 못했을거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체념한 듯 멍하니 앉아있는 영상 속의 아기를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상처투성이 정인이의 모습이 내 손녀딸과 오버랩되면서

소름이 끼쳤고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말도 못하는 것이..

반항도 할 수 없는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렇게 끔찍하게 고통당하도록 내버려두셨나요? 주님.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런데, 얼마쯤 지나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십자가에서 죽임당하는 아들을 지켜봐야 했던 내 마음을 알겠니?'

 

죽어가는 아들을 피눈물을 흘리시며 지켜보셔야 했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사정없이 채찍질 당하고 가시관을 머리에 눌러 씌우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끔찍한 장면이 떠올라서 평평 울었다.

 

예수님은 반항하실 수도 있으셨는데....

고난을 피하실 능력도 있으셨는데....

우리의 죄값을 대신 치루시기 위해서

그 고통을 당하시며 죽기까지 순종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니 나의 고난들은 모두가 엄살이었다.

 

지금도 모질게 학대받고 있는 사람들은 많을텐데,

나는 무슨 이유로 좋은 환경에서 안일한 삶을 살고 있는지..

그들에게 미안했다.

학대를 모르고 인간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온 나는

그들에게 빚진 자였다.

 

지구 저편에는 인간 이하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선택의 여지없이 열약한 환경에 태어나 굶주리고 있는 그들에게

배고품을 모르고 편안하게 살아온 나는 빚진 자였다..

 

 

 

 

부활절 아침에..

 

죄많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독생자 아들을 이 땅에 희생양으로 보내신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셨으며

죽기 위해서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의 고통은 얼마나 크셨습니까?

 

Why?

귀하신 생명을 버리시기까지 

그렇게 인간이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던가요?

 

죽어도 갚지 못할 그 사랑을 

잠시라도 잊지 않게 하소서..

 

예수님의 심장을 조금만 닮게 하시어

그 사랑 전하며 베푸는 삶을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