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Florida에서..

Grace Woo 2019. 3. 28. 03:38

 

의사가 처방해준 기침약은 다 먹었는데 며칠이 지나니까

다시 기침이 심해져서 급하게 Florida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갑자기 비행기표를 끊었기에 좌석배정은 탑승할 때 받아야 했다.

 

주일 2부 예배가 끝나면 바로 비행장으로 갈 준비를 마치고

교회에 갔는데 기침이 심해서 예배도 드리지 못하고 나왔다.

 

비행기를 탑승하기 전, 입구에서 좌석번호를 받았다.

가운데 좌석만은 아니면 했는데 가운데를 배정받고

실망하며 자리로 갔는데 웬 여성이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미안해하며 일어서는 것을 괜찮다고 하고서

대신 바로 앞 그녀의 좌석에 앉았다.

 

얼마쯤 앉아있는데 갑자기 덩치가 큰 누런 개 한마리가 나타났다.

깜짝 놀라서 보니 부부가 개를 데리고 와서는

좌석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바로 내 옆자리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개가 몸을 한번 털면서 흔들어대면 먼지가 날아올라와

기침이 더욱 심해질텐데., 큰일났다 싶었다.

 

그 부부는 좌석이 떨어져 있어서 잠시 망설이더니

나에게 좌석 좀 바꿔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일어나서 건너편 바로 뒤 그의 좌석으로 갔더니

거기에 또 웬 젊은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가 나에게 좌석 좀 바꿔달라고 했다.

자기 좌석은 1st class 라고 하면서....

"1st class? why?" 하며 되묻는 나에게 그는,

건너편 뒷자리에 앉은 여성을 돌아보며 그녀 가까이 앉고 싶다고 했다.

나는 즉시 표를 바꿔주었고 그는 고마워하며 친절하게 가방까지 내려 주었다.

신나게 앞으로 앞으로 가보니 맨앞 창가의 좌석(1A)이다.

앞에는 좌석이 없고 옆 좌석과도 거리가 있었다.

 

오~ 마이..!

가끔 하나님께서는 내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며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상황을 뒤집어 주시곤 하신다.

단번에 1등석으로 바뀌주셨다면 우연으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세번씩이나 좌석이 바뀌는 과정에서, 그것도

개까지 동원된 최악의 상태에서 최고의 상태로 바꿔주신 것이다.

 

도착할 때까지 나는 감격으로 내내 감사가 넘쳐 올라왔다.

 

 

Tampa 공항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다리가 끝도 안보인다

 

이번에도 남편 친구의 배려로 골프장 안의 리조트에서 지냈다.

좋은 친구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보낼 수 있었다.

참으로 고마우신 분 ..

한결같이 편안하게 베푸는 그 분을 나도 닮고 싶었다.

 

실내에 히팅을 끄고 창문들을 모두 활짝 열어두니

상큼한 공기가 가슴 속까지 스며들며 호흡이 편안했다.

병원 침대에 누운 것 같은 안정감이 느껴지다가

주님의 안식처에 들어온 것 같은 평안함을 느꼈다.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서 듣는 설교 말씀이 참 좋았다.

김동호 목사님의 설교들을 들으며 은혜를 많이 받았다.

깨달으면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순종부터 하고보는

목사님의 믿음이 존경스러웠다.

꼬박 3일을 말씀에 꽂혀 소파에 누워서 설교만 듣다시피 했다.

 

나흘째 되는날, .

기운이 돋아나서 오후에 골프장을 걸었다.

골프카트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Hi!' 하며 인사를 건네왔다.

나도  'Hi!' 하고 응답하며 기분좋게 걸었다.

걷기에 좋은 날씨라며 친절하게 말을 건네오는 사람도 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왔다.

 

저만치에 새들이 모여앉아 있는 것을 보고 살며시 다가가

핸드폰으로 비데오를 눌렀는데 운좋게 명장면이 잡혔다.

 

 

몸 컨디션이 좋아지고 말씀의 은혜가 넘치니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었다.

 

목요일 오후에도 골프장을 걸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친절하고 참 좋았다.

그날도 골프카트가 지나다니는 포장도로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웬 덩치큰 할아버지가 소리를 질렀다.

'골프장 안에서 걷는거 금지되어 있는 것 아느냐?'고...

주춤해서 연못 잔디밭 쪽으로 비켜서 걷고 있는데

그 할아버지가 골프카트를 타고 달려와서는

'너의 집 어디냐?'고 '골프장에서 빨리 나가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골프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면서 나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천국 같고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완전 잡쳤다.

 

집에 들어와서 설교를 틀었지만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 하나님....ㅠㅠㅠ

 

얼마동안을 마음이 매우 상해 있는데.

김동호 목사님의 말씀 하나가 귓전을 스치고 지나갔다.

 

"여러분, 믿는 사람에게 사탄의 시험은 있어야 할까요? 없어야 할까요?"

귀가 솔깃해졌다.

 

"믿는 사람에겐 당연히 시험이 있어야 해요.

시험이 없는 사람은 그대로 내버려둬도 되니까 사탄이 그냥 두는 거예요.

성경에서는 사탄을 피하지 말고 대적하라고 했어요.

사람은 절대로 사탄과 싸워서 이길 수 없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가 있잖아~~' 하고 말씀하시고 계셔요."

 

은혜받고 있던 나를 사탄이 방해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사탄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 할아버지가 사탄인가? 그는 이미 이 자리에 없는데..?

그가 한 말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나스스로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닌가?

사탄은 바로 내 안에 있는 '자존심'이었다.

 

하나님! 저는 넘어지기 잘하고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연약한 인간입니다.. 하지만 주님!

'내가 있잖아~' 하시며 내미시는 주님의 손을 붙듭니다.

 

순간, 주님께서 내 손을 붙잡아 주시는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상했던 감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내 안에 자존심은 죽어 없어지고, 대신에

주님께서 함께하심이 느껴지며 기쁨이 솟아났다.

 

감사합니다~~ 주님!

 

다음날 낮에도 걸으려고 나갔다.

까짓거 골프장 아니면 걸을 곳이 없을까?

동네 한바퀴 돌고 오지 뭐~

 

반대편으로 돌아서 갔더니 연못 옆에 예쁘게 길이 있었고

입구에 'No Golf Carts beyond here"라는 팻말이 있었다.

골프카트는 출입금지다.

 

아하! 여기는 어제 그 할아버지가 골프카를 타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이구나.

어제 나더러 골프장에 들어왔다고 호통을 치시더니

할아버지- 여기는 골프카트 타고는 못 들어 오시네요~ ㅋㅋ

기분 짱~이었다.

 

 

다리 위를 걸어서 연못 한가운데로 가서 보니,

신기하게도 나무들이 물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나무에는 가지마다 하얀 새들이 둥지를 하나씩 틀고 앉았는데 볼만했다.

그렇게 멋진 곳이 있는 줄을 몰랐다.

 

 

휴대폰을 들이대고 비데오를 누르니, 실력이 없어도

멋진 하나님의 작품이 그대로 담아졌다.

 

 

또다시 '여기가 천국이구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