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대로가 좋았다

Grace Woo 2016. 7. 23. 20:46

 

지난 겨울에 피아노 조율하는 분이 조율을 마친 뒤,

'피아노는 40-50%의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습도기를 꺼내서 실내의 습도를 첵크하고 있었다.

그 분이 '적정습도유지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며 설명하다가

습도기의 숫자가 마냥 내려가는 것을 보고는 놀랐는지 말을 멈추었다.

드디어 습도기의 숫자는 15에서 멈췄다.

우리집이 그렇게 건조한 지를 처음 알았다.

 

피아노만 문제일까 싶어서 검색해 보니

사람도 역시 40-60% 의 적정습도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

급성폐렴 등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오, 마이.. 

내 고질병 기침의 원인을 찾은 것 같았다.

 

서둘러 가습기와 습도기를 여러개 사서 방마다 두고 

실내 환기와 습도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써서 그런지

지난 겨울을 처음으로 무사히 잘 넘겼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모임에는 가지 않았고,

새벽기도 가는 것도 일단 중지했다.

 

 6월말 경에

'이제는 살았다' 싶어서 모처럼 부흥집회에 참석했는데

예배당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시작한 기침이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칠 줄을 모른다.

여름이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비인후과에서 내시경을 했지만 목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목이 건조하고 따끔거리는 것을 아무리 호소해도

의사들은 여전히 폐와 기관지에만 촛점을 맞출 뿐

목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것 같았다.

 

가끔씩 산소가 결핍되는 것을 느끼며 목이 조여올 때면

'이렇게 호흡이 어려워지면서 숨이 끊어지는거구나' 싶었다.

공기 맑고 습도가 높은 곳에 가서 살면 문제 없을 것 같은데

내 생각만 할 수 없는 형편이라 생각을 접었다.

 

매일 밤 심호흡을 수십번씩 되풀이하면서 죽음을 생각해 본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하나님께 사랑을 고백하며,

내가, 나의 건강이, 나의 소유가 우상이 되지 않고

주님만이 나의 전부가 되기 원하며 고백할 때마다

눈물범벅이 되고 평안이 찾아왔다.

고통의 눈물이 아니라 감사의 눈물이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 고린도후서 12: 9

 

그렇다. 주님께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를 인도하시고 계셨다.

죽어지지 않는 자아를 버리기까지

고난이 축복임을 깨닫게 되기까지

주님께서 나를 다듬고 계시는 것을 알았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플 때 만큼 하나님과 가까와질 때가 있었던가..?

 

이대로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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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지 않고는 드릴 수 없는 기도가 따로 있습니다.

병들지 않고는 들을 수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 따로 있습니다.

병들지 않고는 나아갈 수 없는 성소가 따로 있습니다.

아, 병들지 않고는 나는 사람이 될 수도 없었습니다.

- 미우라 아야꼬

 

눈물나게 공감이 가는 글이다.

몸이 건강할 때는 육의 욕망과 싸우는 것이 일이었다.

그런데, 고질병이 재발할 때마다

육의 욕망과는 싸워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을 느낀다.

대신에 천국을 사모하기 위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자아가 살아나서 꿈틀거릴 때마다

폐수술 후의 고통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소중한 고난의 기억..

죽음 앞에선,

놓아지지 않던 것들이 한순간에 놓아졌다.

 

병들고 나서야 바뀌어진 나의 소망....

주님을 죽도록 사랑하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