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시 시작한 일

Grace Woo 2015. 12. 28. 06:30

Lehman Brothers 사건 이후로 사업이 예전같지 않자

남편이 파트너에게 공장을 매매하자고 했지만.

파트너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남편은 건물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고

우리도 집을 정리하고 뉴저지의 Palisades Park로 이사를 했다.

2010년에는 회사를 파트너에게 완전히 넘겨주고,

남편은 job도 없이 여러 해를 그럭저럭..

그래도 아쉬울게 없었다.

큰 집이나 작은 집에서 사는 차이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자만했다.

 

다시 시작한 일

13년 만에 나는 다시 job을 얻어서 일을 시작했는데

첫 작품을 받아서 정성껏 그린 그림이 히트를 쳤다.

흥분한 사장님이 집에까지 일을 가져다 주는 바람에

주일에도 정신없이 일했다.

'진작에 할걸 왜 안했나?'

자만심이 또 생겨났다.

 

그런데, 두번째 주에 접어들어 문제가 생겨났다.

다음날 아침까지 끝내야 하는 그림 3장를 받았는데 정말 쉬운 그림이다.

드디어 나의 장기였던 수채화를 받아들고 자신만만하게

Down town에 가서 큰 붓과 종이를 사오는 등 여유를 부리다가

정작 일을 시작했는데 도무지 테크닉이 나오질 않았다.

내게서 테크닉은 없어진 것 같지 않은데 이상했다.

'종이 탓일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럴 수가..?.'

밤새도록 잠도 못자고 씨름하며 쫓기다가 결국은

3장 모두 죽써서 가져갔고, 당연히 reject를 당했다.

10여년을 일하면서 reject 라곤 당해본적이 없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에 완전 주눅이 들었다.

 

그 후에도 컴퓨터그래픽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수채화들이 계속

밀려오는데,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저녁에 불빛에서 그린 그림이 아침에 밝은 곳에서 보니 색상이 영 아닌 것도 있었다.

아무리 컴퓨터로 색상조절을 한다 해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이리저리 다른 색을 덧입혔다가 테크닉이 엉망이 되기도 하고 미칠 것만 같았다.

 

'아--- 이런일이 계속되면 정말 미칠 수도 있는 거구나'

그동안 내가 정신이 온전할 수 있었던 것은

나쁜 환경이 닥치지 않았기 때문임을 알았다.

 

결국은 자신을 잃고 사장님께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10년 이상을 쉬었던 손이 몇주만에 그렇게 빨리 회복되기를 기대했었느냐?'고

거듭 반복해서 물으시는 사장님의 말씀에 자존심이 조금은 회복되는 것 같았다.

 

예전에 즐겁게 했던 일들이 쳐다보기도 싫었다.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며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살펴보았다.

 

그동안 좋은 환경에 익숙해진 나는 감사에 무디어졌고

고통 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헤아리지도 못했다.

 

고난을 고통으로 생각하면 단지 고난으로 끝나지만

고난을 통해서 교훈을 얻는다면 축복이 된다.

 

오늘 새벽기도회에서 내게 주신 말씀이다.

자만에 차있던 나에게 낮아지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 2012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