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리는 너무 달랐다

Grace Woo 2015. 12. 19. 00:20

 

남편과 나는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결혼하고 3년 동안은 몰랐는데, 가게를 시작하여

24시간 같이 지내면서 많이 다른 것을 알았다.

 

의견이 맞지 않으면 무조건 화부터 내는 남편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 때마다 나는 상처를 깊이 받고 화를 삭히곤 했었다.

조용하게만 살아온 나에겐 여간 충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남편은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화난 것을 알면 기어코 웃게 만들었다.

병주고 약주고...

B형 남자, 정말 정신없고 변덕스러워 보였다.

 

사실, 남편은 겉으론 강해 보여도 속은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정직하고, 의리있고, 충실하고, 사회성 강하고 리더쉽 뛰어나고

좋은 점이 정말 많은 사람인데....

화를 쉽게 내는 것 한가지가 큰 단점이었다.

 

반면에 나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았지만 한번 화가 나면 오래 갔다.

그런데.. 화가 누그러질 만하면 다시 의견 충돌이 생기고

그때마다 남편은 버럭 소리를 지르곤 했다.

잠시 후면 미안하다고 할 것을....

 

결혼 전엔 나도 내맘대로 하며 살았는데....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번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화를 내는 남편에게서

있는대로 상처를 받고는 엉엉 울며 하나님을 원망한 적이 있다.

 

'이토록 다른 사람을 내게 남편으로 주신 것은 하나님이 실수하셨다.

내가 이혼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간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상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내게 빚지셨다’ ㅋㅋㅋㅋㅋㅋㅋ

못말리게 착각하며 오만방자한 생각을 했었다.

 

15년 동안 나는 남편의 성격이 바뀌기만을 기도했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기막힌 계획이 있는 것을 알았다.

 

 

치유

 

내 몸에 이상이 생겨 검사를 받았더니

‘갑상선 호르몬 항진증’이라고, 중독증까지 갔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이런저런 증상들을 질문하다가

‘앞으로는 호르몬 관계로 성격이 좀 지랄같아 질겁니다’ 했는데

'아니야. 나는 절대로.’ 하고 장담했었다.

 

갑상선 수술은 간단하다고 하시며

갑상선 수치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 수술 후에는

보통 저하증으로 내려가긴 하지만 호르몬 약을 먹으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수술 처방을 해주셨다.

 

수술을 받으려고 병원에 갔다가 검사만 받고는

결과를 의사한테 보낼테니 가서 기다리라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그리고 그 주일 예배시간에 나는 성가대에서 찬양하는 도중에

강단 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앰브란스에 실려가는 등

예배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닥터와 병원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기에 바빴다.

불신이 생겨나서 다른 의사를 방문하여 급한대로

약을 처방받아 먹었는데, 약이 너무 독했는지 몸이 퉁퉁 부었다.

다시 외국인 갑상선 전문의를 소개받아서 갔더니

수술하지 않고 우선은 약으로 조절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정말 성격이 지랄 같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열이 올라와서는

폭발하는 일들이 나에게 생겨났다.

 

'이건 아닌데... 이건 내가 아닌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올라오는 열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지나칠 정도로 이성적이던 내 성격이 변하고 있었다.

형편없이 변해가는 나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고

그런 나를 그대로 이해하는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이 화를 잘 내는 것도 기질 탓임을 알았다.

그동안 화를 잘 참아왔던 나는,

언제나 사과받아야 하는 피해자로만 알았는데....

깨닫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에게 그 고난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나는

교만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감히 하나님까지도 비난했던 그 오만함을

어떤 훈계와 말로 깨닫게 할 수 있었을까..?

 

오래 참으시고 기다려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

 

첨부이미지

 

어느날, 배목사님께서 심방 오셔서 말씀하셨다.

'그래도 집사님은 보험이 있어서 다행이예요.

난 보험도 없어요. 하나님이 보험이예요.'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의사를 통해 병을 고쳐주시지만

때로는 기적처럼 직접 고쳐주시기도 하신다

예전에 불치병 류마티스관절염도 고쳐주셨는데....

그 은혜를 잊고 의술에만 의지하고 있는 내모습이 죄송했다.

은혜가 되살아나고 믿음이 생겨나서

갑상선약을 끊고 매달 받아오던 정기검진도 중단했다.

 

그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마다 받는 정기검사 결과

갑상선 호르몬은 항상 정상이었다.

수술을 했더라면 아마도 평생 호르몬 약을 복용해야 했을 것이다.

갑상선 호르몬 약을 장기 복용한 경우의 후유증이 대단하던데....

지나고 보니 모두가 은혜다.